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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야기

우리가 먹는 음식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

떡국과 만둣국, 당신의 선택은?

새해의 첫 날을 기리는 날이 설날이다. 이날은 왠지 기분이 설렌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도 크지만, 단 며칠 동안 맛있는 음식을 원 없이 먹을 수 있는 먹거리 천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마다 먹는 떡국에는 나이 한 살 더 드는 것 외에도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담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묵은 때를 씻어내고 흠 없이 새해를 맞이하라

설음식 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떡, 떡국, 지짐, 산적, 불고기, 강정, 식혜, 수정과 등이다. 그 중에서도 설음식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흰떡은 ‘묵은 때를 씻어내고 흰 빛깔처럼 새해를 순수하고 흠없이 맞으라’는 뜻이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긴 가래떡은 무병장수를 의미한다. 김안국(金安國 1478-1543)이 쓴 ‘모재집(慕齋集)’에는 '새벽에 떡국을 먹고 설을 맞는다'라는 구절이 처음 등장한다.
19세기에 쓰인 세시기(歲時記·세시풍속을 기록한 책)인 <경도잡지>(京都雜志), <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도 어김없이 떡국이 등장한다. 여기에는 ‘멥쌀로 만든 흰떡을 동전 모양으로 썰어 고기 국물에 넣어 먹는다’고 적혀 있는데, 지금의 조리법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음식에 담긴 새해 소망

떡국에 들어가는 떡 모양도 지역마다 제각각이다. 서울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번다는 의미로 떡을 엽전 모양으로 어슷썰고, 개성 사람들은 작은 눈사람처럼 떡을 빚는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아는 ‘조랭이 떡국’이다. 경상도에서는 ‘굽은 떡국’ 이라는 다소 이름이 낯선 떡국을 먹는다. 굽은 떡은 ‘구운 떡’을 말하는 것으로, 경상도 산골에서 주로 먹던 방식이다. 멥쌀과 찹쌀을 섞어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북한의 떡국은 국물도 우리의 떡국과 조금 다르다. 겨울철 보양식으로 알려진 꿩을 사냥해 꿩 고기 국물을 바탕으로 떡국을 만든다. 특히 꿩이 많이 잡히는 함경도에서 즐겨 먹는다. 꿩이 없을 때는 닭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그 덕분에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물론 전해 내려오는 속설일 뿐이지만.

돈과 복을 부르는 만두

떡국과 함께 설음식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음식은 바로 만둣국이다. 만둣국에 대한 기록은 고상안(高尙顔 1553-1623)이 쓴 ‘태촌집(泰村集)’에 등장한다. 이 책에 만두는 '정조(正朝, 설날)가 일 년의 첫 날이니 면(麵)은 만두를 쓰고, 떡은 떡국에 쓴다.'라고 묘사돼 있다. 또 이식(李植 1584~1647)은 ‘택당집(澤堂集)’에서 정조(正朝)에는 ‘각 자리마다 병탕(餠湯·떡국)과 만두탕(曼頭湯)을 한 그릇씩 놓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북한은 떡국만큼이나 만둣국을 좋아하는데, 이는 중국 동북 3성(만주)의 풍속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에서는 설날에 만둣국을 꼭 먹었으며 지금도 만주 일대에서는 설날에 만둣국을 먹는다. 음력 마지막 날 온 가족이 모여 자오쯔(餃子·만두)를 빚는 것은 오랜 전통이다.
중국인들이 만두를 좋아하는 이유는 만두가 돈과 복을 가져다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자오쯔의 발음이 자오쯔(交子)와 같아 자손을 기원하는 이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음식이다.

황해도는 소금에 절인 호박 소를 넣어 만두를 만든다. 이를 멸치나 북어 같은 해산물 육수에 넣어 끓이는데 그 맛이 참으로 깔끔하다. 평안도는 메밀이나 밀로 만든 피에 숙주와 다진 돼지고기 등을 넣고 반달 모양으로 빚는다. 이렇게 만든 만두를 양지 또는 사태 국물에 넣어 푹 끓이고 달걀도 푼다. 밀가루나 감자 전분에 뭉친 만두소를 굴려 묻혀 먹는 굴린 만둣국도 유명하다.

느끼한 차례상의 마무리는 수정과로

떡국과 만둣국을 배불리 먹고 나면 과식을 자책하면서 또 다른 음식을 찾는다. 정과(正果·과일 등을 말린 것)를 음료 형태로 만든 수정과는 이렇게 꽉 찬 속을 달래는데 그만이다. 달달한 수정과는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설날 차례상의 뒷맛을 개운하게 씻어준다. 덕분에 설에 대한 기억도 달큰하게 남는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덕무(李德懋 1741 ~ 1793)는 설날에 떡국을 먹으며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게 싫어 ‘첨세병(添歲餠)’이란 시를 지었다고 한다. '천만 번 방아에 쳐 눈빛이 둥그니/저 신선의 부엌에 든 금단과도 비슷하네/ 해마다 나이를 더하는 게 미우니/ 서글퍼라 나는 이제 먹고 싶지 않구나.' 아무리 서글퍼도 이미 먹은 나이를 되돌릴 수는 없는 법. 그러니 우리는 맛있게 먹은 떡국의 추억만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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