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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경제

생활 상식과 재테크 노하우가 쑥쑥!

지금은 난독시대

디지털 콘텐츠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실제로 활자를 잘 읽지 못하는 이른바 ‘디지털 난독’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책 말고도 지식이나 정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매체가 차고 넘치는 시대라지만, 우리의 읽기 능력을 이대로 방치해도 정말 괜찮은 걸까.

나도 혹시 난독증일까??

UCLA 난독연구센터의 매리언 울프 교수는 자신의 저서 <다시, 책으로>에서 “인간의 읽기 능력은 퇴보하고 있다. 우리와 우리 다음 세대, 그리고 인류 전체의 인지 능력에는 큰 변화가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책을 ‘안 읽기’ 시작하다가 종국에는 읽고 싶어도 ‘못 읽는’ 단계에 이른다는 말이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 인터넷, 영상 등 디지털 환경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는 물론, 책을 읽지 않는 기성세대에게서도 이런 현상은 두루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난독증 자가진단 하기>

󰋪 책 한 페이지를 읽는 데도 집중하기가 어렵다.
󰋪 다음 문장을 읽으면 앞에 읽었던 문장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 분명 글을 읽었는데도 어떤 내용인지 잘 이해되지 않아 반복해서 읽는 일이 잦아졌다.
󰋪 책에 인쇄된 문장을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는 것 자체가 힘들다.
󰋪 예전에 비해 책을 읽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고, 1년에 책을 한 권 이상 읽지 않는다.

디지털 기기, 뇌의 회로를 바꾼다

읽기의 중요성을 논하기 전에, 일단 읽기라는 행위의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책을 읽을 때 먼저 눈을 통해 활자의 모양을 인지(시각적)하고, 그것이 어떻게 발음(청각적)되는지 빠르게 변환한 뒤 최종적으로 ‘단어’로 인식한다. 이를 ‘해독’이라고 한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즉 ‘문해력’은 호모 사피엔스가 이룬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인류가 처음 문자를 만들어 쓰기 시작한 6천 년 전부터 인간의 뇌 속에는 문자를 인지하고 이해하는 회로가 꾸준히 발달해 온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가 발달하면서 기존의 읽기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패턴이 등장했다. 예를 들어, 책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인 텍스트를 순차적으로 쭉 읽어 내려가면서 글자 사이의 맥락을 파악하는 반면에 인터넷이나 모바일 콘텐츠는 점을 툭툭 찍듯이 필요한 부분만 슥슥 읽어 내려간다. 또는 글을 읽지 않고 이미지나 영상을 통해 정보를 얻기도 한다. 수천 년 간 발달해 온 뇌의 읽기 회로가 전혀 다른 루트로 바뀌는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읽기에 익숙한 사람에게 글을 읽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읽기, 꼭 해야 하나요?

물론 ‘포모 사피엔스’ 시대에 책 읽기만 고집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과거에는 지식이나 정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매체가 책으로 한정돼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도 다양한 채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책보다 더 정교하게, 또는 효율적으로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책에만 매몰돼 있으면 오히려 정보가 차단될 위험성도 높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은 글 읽는 능력보다 오히려 ‘디지털 문해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디지털 콘텐츠는 ‘보는 것’에서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 단발성으로 보기만 할 뿐, 정보와 정보의 연결, 지식 축적, 몰입의 쾌감은 쉽게 얻을 수 없다. 당연히 인지, 사고, 추론, 공감 등의 영역도 읽기에 비해 잘 발달하지 않는다. 전반적인 언어 능력이 떨어지면 사회생활에도 지장을 초래한다. 우리가 흔히 ‘공부 머리가 나쁘다’ ‘소통이 잘 안된다’ ‘조직에 적응을 잘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읽기 장애를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이들은 소통의 기본 수단인 언어를 필요에 따라 적절히 조합하고 배합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를 유튜브에서 얻을 수 있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는 방법

다행히 뇌는 우리가 쓰는 만큼 달라진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하는데, 뇌는 죽을 때까지 계속 변한다는 의미다. “이제 늙어서 머리가 굳었어” 같은 핑계는 접어 두고, 오늘부터라도 당장 머릿속에 읽기 회로를 만들어 보자.

① 취향에 맞는 책부터 시작하기
읽기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다. 소설이든, 만화든, 자기계발서든 본인이 관심 있고 좋아하는 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OOO 추천도서’나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고전’ 같은 시리지는 오히려 독서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릴 뿐이다. 부담 없이 손이 먼저 가는 책을 찾아라!

② 양보다는 질에 집중하기
읽기에 흥미를 붙이기 위해 갑자기 ‘1년에 50권 읽기’ 같은 미션을 세우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다독은 난독을 해결하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권을 읽더라도 자세히, 꼼꼼히 읽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렇게 읽기 근력이 붙은 뒤에 속도를 내도 늦지 않다.

③ 양손잡기 읽기
<다시, 책으로>의 매리언 울프 교수가 제시한 독서법으로, 인쇄 매체 읽기와 디지털 매체 읽기를 동시에 하는 읽기 방법이다. 둘 사이에서 자유롭게 코드를 변환해가며 읽을 수 있도록 나란히 발달시키는 것이 포인트. 특히 아이들에게 적용하면 좋은 기술인데, 먼저 종이책과 인쇄물 읽기를 가르친 다음 아이가 모니터나 모바일 화면으로 읽기 시작하면 인쇄물 읽기를 반복해서 훈련시키는 것이다. 스크린이나 모바일 화면으로 읽는 동안에도 자신이 이해한 것을 규칙적으로 점검하고, 세부 내용을 기억하도록 훈련하는 것이 좋다.

④ 천천히 읽기에 도전하기
단어 하나의 의미까지 천천히 곱씹어 보면서 읽는 ‘슬로 리딩’은 난독증을 해결하는 치료법으로도 쓰인다. 선천적인 난독증의 경우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 의학적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천천히 읽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난독을 해소할 수 있다. 단어 하나마다 의미를 떠올리면서 천천히 읽고, 내용을 음미해 볼 것. 슬로리딩의 창시자인 하시모토 다케시는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1권의 책을 총 8번 이상 읽는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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