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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쌀 요리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라는 말이 있다. 큰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일만한 내용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밥, 즉 식사를 먹어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당연한 이 말에 단서로 붙는 것이 '한국사람'이다. 이 단서로 인해 문장 속 밥심은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의 밥, 즉 쌀밥을 먹고 생기는 힘을 의미하게 된다. 그러니까 다시 정리하자면 쌀밥은 한국인에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는 말인 셈이다. 글 | 장준우 쉐프

서양의 쌀 문화

고백하건대 밥그릇에 수북이 쌓인 새하얀 쌀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흥미를 끄는 건 밥이 아닌 반찬이었다. 우리는 쌀밥을 먹기 위해 반찬을 곁들이는 것일까, 반찬을 먹기 위해 쌀밥을 곁들이는 것일까. 반찬 투정이란 말은 있어도 밥투정이란 말은 쓰지 않는다. 불에 넣고 쪄 익힌 밥, 아니 쌀은 우리에게 정말로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존재인 걸까.
쌀은 아시아 식문화의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동쪽의 일본, 중국,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쌀이다. 반대로 서양, 유럽의 경우 일찍부터 밀 중심의 경작이 이뤄져 빵이 그들의 주식이라고 배워 왔다. 흥미로운 건 유럽에서도 전통적으로 쌀로 만든 요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탈리아의 리조토, 스페인의 파에야가 대표적인 유럽식 쌀 요리다. 어째서 유럽에서도 쌀을 요리하게 된 것일까.
쌀이 유럽에 오게 된 이유를 살펴보면 자연스레 이해가 된다. 중앙아시아와 인도, 중국 등이 원산지인 쌀이 유럽에 건너오게 된 건 대략 8세기 무렵이다. 쌀을 주식으로 먹어왔던 무슬림들이 지금의 스페인 지역으로 건너오면서부터 유럽의 쌀 역사가 시작됐다. 스페인에서 쌀이 재배되는 곳은 발렌시아로 대표되는 남동부 지역이다. 강수량이 풍부하고 비옥한 습지가 많은 이 지역에서는 밀농사보다 쌀농사가 더 적합했다.

수확량만 따지면 쌀이 밀보다 세배가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시골 풍경을 보면 알 수 있듯 쌀농사는 많은 물과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거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밀에 비해 재배 조건이 까다롭다는 뜻이다. 물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고, 수확할 노동력이 풍부하다면 쌀을 재배하는 편이 유리하다. 넓은 호수와 습지를 갖고 있는 스페인 남동부 사람들은 대규모로 쌀을 경작했다. 그러나 쌀이 밀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었다. 쌀 요리는 주식이 아니라 부식의 개념으로 스페인의 식문화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북부에서 쌀이 재배되기 시작한 건 스페인보다 한참 뒤인 15세기 즈음이었다. 이탈리아 북부는 스페인 남동부와 더불어 몇 안 되는 유럽의 대표적인 쌀 생산지 중 하나다. 스페인처럼 경작지가 넓지 않은 이탈리아 북부에서 쌀은 밀보다 비싼 고급 식재료로 통했다. 제노바와 베네치아 상인들이 해로로 이탈리아 산 쌀을 수출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비싼 쌀로 만든 요리는 귀족이나 부유한 이들의 특별식이었다.

리조토? 파에야? 둘의 차이는?

파에야와 리조토는 비교적 근래에 탄생한 요리다. 하지만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이들 쌀 요리가 갖고 있는 위상을 보면 쌀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시각 차를 엿볼 수 있다. 우선 리조토는 쌀에 고기와 야채 해산물, 육수 등을 넣고 치즈나 버터 등으로 맛을 낸 요리다. 쌀에 각종 재료를 넣고 볶는 요리와는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 우리의 시선으로는 죽 같기도 하지만 이탈리아 인의 시선에서 리조토는 파스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요리다. 리조토에서 쌀의 질감은 우리가 설익었다 생각할 만큼 씹는 맛을 강조한다. 파스타를 조리하는 방식처럼 쌀을 요리하고 맛을 낸 것이다. 쌀에서 나온 전분과 각종 재료로 맛을 더한 부드럽고 크리미 한 소스가 쌀을 감싸는 형태다. 파스타 면 대신 쌀이 사용된 것이다.

스페인의 파에야를 살펴보자. 넓은 팬에 쌀을 비롯한 각종 재료를 넣어 볶는데 농가에 흔한 닭이나 오리, 토끼뿐 아니라 논두렁에서 잡은 개구리나 달팽이도 넣어 만드는 것이 전통적인 방식이다. 역시 쌀에 육수를 넣고 재료와 함께 끓이는데 리조토와는 달리 절대로 젓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리조토의 크리미 한 질감 대신 볶음밥처럼 쌀 한 알 한 알에 맛이 골고루 스며들어 있다.
동양의 주된 쌀 요리법은 물에 쌀을 넣고 끓이거나 찌는 형태다. 다른 곡식을 섞거나 특별한 향을 입히는 것을 제외하면 오로지 물만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양의 밥상은 쌀로 만든 밥에 다양한 맛의 요리와 반찬을 곁들여 어우러지게 하는 반면 서양의 식탁은 쌀 자체에 적극적으로 맛을 입힌다. 그들에게 쌀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요리다. 쌀에 고기나 해산물, 야채 육수를 넣고 그 풍미를 배게 한다. 거기에 각종 부재료들이 더해져 완결된 요리로 서빙된다. 반찬의 개념이 덜한 서양에서 하나의 요리는 한 접시 안에 하나의 완결된 형태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선택은 언제나 먹는 자의 것이고,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먹는 자에게 주어진 축복이다. 동양식의 밥과 반찬의 밀고 당기는 향연도 좋지만 하나의 맛으로 수렴된 유럽식 쌀 요리도 한번 즐겨보는 건 어떨까.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파에야 맛집]
타페오
다양한 파에야는 물론, 이베리코까지 만날 수 있는 곳
주소 :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40길 51
대표메뉴 : 해산물 파에야, 오징어먹물 파에야
전화번호 : 02-794-2848
스페인 클럽
파에야는 물론 스페인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
주소 :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16
대표메뉴 : 파에야 마리스코, 깔라마리프리또
전화번호 : 02-795-1118
홈페이지 : https://spainclub.co.kr/
숲으로 간 물고기
스페인 지중해 요리를 자연주의식 음식으로 맛볼 수 있는 곳
주소 : 서울 마포구 신촌로 48
대표메뉴 : 1인 코스, 참돔소금구이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리조토 맛집]
청담동 뚜또베네
이태리 요리 전문점으로, 2018 미슐랭 가이드 서울에 선정된 맛집
주소 :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7길 5
대표메뉴 : 버섯 리조토, 참소라와 키조가 관자 까르파치오, 뚜뜨베네 카프레제
전화번호 : 02-546-1489
한남동 마렘마 트라토리아
이탈리아식 가정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
주소 :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49길 8
대표메뉴 : 밀크 리조또, 부르스게타
전화번호 : 02-790-5633
신사동 미드가르드
레이먼킴 레스토랑으로, 리조토와 스테이크가 유명하다.
주소 :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17길 6 4층
대표메뉴 : 안심스테이크, 오렌지삼겹살
전화번호 : 02-516-9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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